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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도 기준과 도구가 필요하다

지속가능성이 곧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는 시대다. 중요성에 대한 역설만을 반복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각국 주요 기관에서는 하나둘씩 ESG 전문 조직을 신설하고, 지속가능 경영의 실천과 더불어 백서, 가이드북 등을 발간하며 확장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체제를 도입한 기업은 새로운 기회와 맞물려 성장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제는 MICE산업에서도 지속가능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기업 존속과 지속 발전에 직결되는 마이너스 요소를 갖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해외 MICE 선진기관에서는 지속가능 및 ESG 경영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재 통용되고 있는 국제 표준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국가 및 기관별로 수많은 ESG 이니셔티브1)가 혼재되면서, 국내로써는 어떠한 기준과 도구를 채택해야 하는지, 어떤 점을 중점으로 반영해야 하는지 등 총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 고에서는 글로벌 MICE 지속가능 경영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국내 MICE산업의 적극적인 ESG 이행 노력을 제고하는 데 힘을 싣고자 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속가능 경영 트렌드’…앞으로의 전망은?
글로벌 투자 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지난 2020년 서한을 통해 ESG 투자의 촉발을 시작했고, 2022년에는 2050 넷제로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 계획을 요구함으로써 기업들의 탈탄소화(decarboniztion) 움직임을 가속화시켰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국제적 담론이 형성되면서, 투자자와 소비자도 기업을 평가하는 데 있어 재무적 가치만이 아닌 비재무적 가치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이윤 추구를 우선하던 기업들도 세계적인 탈탄소화 기조에 발맞추어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거나 자체적인 대응책을 수립하고 있다. 동시에 ESG 관련 새로운 규제나 법안도 등장하는 중이다. 영국은 2025년까지 모든 기업에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유럽연합(European Union, 이하 EU)에서는 기업의 생산·공급망 전체에서 환경과 인권 보호 상황에 대한 조사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투자 결정 전면에 내세운 블랙록의 사례를 신호탄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가·사회 차원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속가능성’의 정의는 국가 및 기관별 운영 목적, 사업의 특성, 이해관계자 등에 따라 더욱 세부적인 개념으로서 혼재되어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미래세대를 고려하면서 현시대의 수요를 충족시키자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서 기업의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에 직접적인 핵심가치를 ‘환경·사회문화·지배구조’로서 통합해 일컫게 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란 용어 자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발전 원칙을 추구하며 목표를 달성하려는 그 방향성 자체는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속가능성 우위 확보를 위한 국내 MICE 업계의 노력
이러한 추세에 따라,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에서는 국내 MICE 업계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해도 제고와 MICE 유치역량을 강화를 목표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ESG 운영 가이드’를 발간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지속 가능한 MICE’를 “효율적인 자원관리와 이해관계자 참여를 통해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의 지속가능 발전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MICE 속 ‘ESG’란 “MICE 행사 개최 및 사업을 추진할 때 발생 가능한 환경, 사회, 거버넌스의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리스크와 중대성을 평가하고 MICE 행사에 적용하여 실행하는 도구”2)라고 설명하고 있다.
재무적 요소(경제)와 비재무적 요소(환경 및 사회)를 모두 분석해왔던 ‘지속가능 경영’과는 달리, ‘ESG 경영’은 모두 비재무적 요소(환경, 사회, 거버넌스)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MICE산업에서 추진해왔던 친환경, 지역특화, 공정 거래 등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하 CSR) 위주의 경영에서 보다 포괄적인 ESG 관련 이슈들이 추가되면서 지속가능성과 ESG의 적절한 융합이 강조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MICE를 위한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으며, 앞으로도 더욱 강력한 법제화 및 고도화가 예견된다. 아울러, 진정한 지속가능 경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비전, 목표, 전략 등 경영 체계 전반에서의 맞춤형 재설계 작업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기본 개념과 정의를 바탕으로 각자의 전략에 적합한 ESG 요인을 분석하고 관련 리스크를 고려하여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대원칙이 전제되어있을 뿐, 여전히 수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MICE 업계에서는 어떤 활동들이 추진되고 있는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선진사례로는 무엇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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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① |  ‘영감’을 넘어 ‘행동’으로… UN-SDGs와 연계한 MICE 이니셔티브 제시
스키프트 미팅(Skift Meeting)은 지난 4월, 아이멕스 그룹(IMEX Group)과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회의 계획을 위한 최종 지침서(The Ultimate Guide to Planning Sustainable Meetings)’를 발간했다. 해당 지침은 유엔(United Nations, 이하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를 기반으로, 개별목표 달성을 돕는 MICE 이니셔티브의 수립을 목표로 제작되었다.
현재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국제적 우선순위로 간주되며,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Leave no one behind)’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목표는 MICE산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산업으로서,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 이벤트를 통해 모두를 포용하는 지속가능한 행사를 구축하고자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스키프트 미팅은 UN-SDGs의 개별목표별 업계 선진사례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및 조직별로 가장 적절하고 관련 있는 세부 성과 및 지표를 선택해 척도로 삼을 수 있도록지 도하고 있다.

사례 ② |  비즈니스 여행 산업의 지속가능 경영 실태와 추진과제
글로벌비즈니스여행협회(Global Business Travel Association, 이하 GBTA)와 컨설팅업체 그레일링(Grayling)에서 진행한 연구조사5) 결과, 응답자 10명 중 약 9명(89%)6)은 “지속가능성은 이미 모든 기업의 최우선 과제”라고 나타난 바 있다. 이번 조사의 핵심 목표는 업계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ESG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것으로 설정되었으며, 이에 상위 10개의 우선순위를 도출한 결과 여전히 지속 가능한 환경 문제가 응답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꼽히고 있었다. 특히 비즈니스 여행업계 전반에 걸쳐 사회적 지속가능성이나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대비 ‘탄소배출량 감소(Emissions Reduction)’를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에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으며, 이는 바이어(90%)와 공급업체(85%) 모두에게 최우선 과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여행을 촉진하는 데에는 환경 요인 외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복합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지속가능 경영과 관련한 주요 장애 요인을 조사한 결과, 공통적인 이슈로는 ‘높은 비용(82%)’이 가장 두드러졌으나, 바이어(68%) 응답의 경우 ‘데이터 부족과 투명한 정보에 대한 접근(63%)’을 장벽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외부 이해관계자 대다수(62%)는 ‘업계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관심 부족’을 주요 장벽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발견되었다. 이에, GBTA 지속가능성 전무 이사인 델핀 밀로(Delphine Millot)는 “지속가능 경영은 전체 가치 사슬 구조를 뛰어넘어 정부, 비영리단체 등의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공동 목표를 논의 및 채택하고, 관련한 투자를 함께 추진하고자 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며, 과제 해결에 있어 주요 파트너십 간 연결과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례 ③ |  업계 최초,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CSR) 보고서’ 발표
라이브 및 온라인 이벤트 서비스 플랫폼인 이벤트브라이트(Eventbrite)는 업계 최초로 기업의 CSR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 책임 보고서(2022 Corporate Responsibility Report)’ 보고서를 발간했다. 본 보고서는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이하 SASB) 및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테스크포스(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이하 TCFD)의 개별 고문들과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자문 및 검증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보고서 작성에 앞서, 이벤트브라이트는 업계 이해관계자들의 지속가능성 이슈를 파악하기 위한 우선순위 조사를 시행하였으며, 주요 이슈로는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기업 윤리 및 규정 준수, 직원 채용·개발 및 유지, DEI, 직원 참여 및 만족도 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우선순위에 기반하여 자사의 CSR 성과 목표를 수립한 이벤트브라이트는 매년 비즈니스 이벤트의 사회적 기여도에 관해 연구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관련 입법 및 정책 옹호, 연합체 구축 등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에, 이벤트브라이트는 2년 연속으로 미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Gr eat Place to Work® US)’ 등을 받으며, MICE산업을 선도하는 모범적인 CSR
기업 사례로서 인정받고 있다. 이벤트브라이트의 CEO인 줄리아 하츠(Julia Hartz)는 “이번 보고서는 자사의 지속가능한 가치 추구 노력을 주주와 공중, 지역사회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더욱 의미 있는 방식으로 연합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전했다.

2023년에는 기업, 정부, 소비자 등 경제 주체들이 지속가능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해외로부터 촉발된 지속가능성 논의가 본격적으로 국내로 전파되었으며, 팬데믹으로 인해 드러난 사회 불평등, 글로벌 공급 안전망 위협 등의 문제는 환경 및 사회 전반적인 ESG 이슈에 관한 관심을 증대시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강화되는 규제 기조에 따라 공공입찰 불이익과 ESG 우수기업 대비 자금 조달의 어려움, 확대되는 ESG 공급망 강화로 인한 협력업체 위험 증가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최근 글로벌 MICE산업 트렌드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지속가능성’의 관련 동향과 선진사례 등을 살펴봄으로써, 이후 국내로 도입될 지속가능성의 국제 표준에 대해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현재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 주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아 관련 기준을 개정하는 중이다. 더불어, 향후 국내외 산업환경 변화로 인해서 지속가능성 이슈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국내로써는 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의 시행과 데이터 업데이트를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 기준 및 표준을 본격적으로 국내 MICE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현실과 상황을 고려한 전문가 및 주요 이해관계자 간 의견수렴이 필요하겠다. 앞으로는 국내 MICE산업 전반의 ESG 수준을 고려하여, 어떤 지표를 적용하고 어떤 경쟁우위를 추구해야 할지에 대한 추가 연구와 선제적인 대응전략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1) 이니셔티브(Initiative): 특정 분야에서 선도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계획·합의·기관관
2) 한국관광공사(2022). MICE산업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ESG 운영가이드
3) SANCBE(2023.05). How can National Convention Bureaux Leverage Their Influence for Sustainability?
4) EU 집행위원회에서 발표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이니셔티브
5) GBTA(2022.04). The State of Sustainability in the Global Business Travel Sector
6) 비즈니스 여행업계 내부 관계자 762명(북아메리카 57%, 유럽 34%, 중앙 및 라틴아메리카 6%, 아시아태평양 2%, 아프리카 및 중동 2%), 정책 입안자 및 국제기구 등 외부 이해관계자 100명 대상
7) BIPOC(black, indigenous and people of colour) : 백인이 아닌 인종을 가리키는 말로, 미국 역사상 특히 집중적으로 백인 권력에 의해 차별받은 인종인 흑인-아메리카 원주민- 유색인종을 강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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